낮은풍경과 깊은감정
북향인 우리 집 오후 네 시 단 한번 햇살이 들어오는 시간, 2월 15일 새벽 첫눈이 내렸을 때, 텅 빈 놀이터에 노을이 질 때, 매일 보던 들꽃이 꺾여 있던 날, 지하철이 지상으로 올라오는 순간, 능소화가 오랜 시간 피어 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바람과 머리칼이 나의 어깨에 닿는 것을 느낄 때, 철물점 안을 뛰어 노는 고양이, 갑작스레 차가워진 바람이 나의 다리를 스쳐지나 가는 것, 잠깐 피었다 지는 목련의 찰나, 오랜 시간 아무 일 없이 기다리며 시간을 정통으로 느끼는 것, 풀벌레 소리, 담배 한 개비를 태우며 푸른 하늘을 바라보는 시간
가령 이러한 낮은 풍경 속에, 당신을 떠올립니다. 사랑스러운 당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