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사민요와 발라드
나비와 장미는 서사민요와 발라드를 불렀던 한국과 영·미 여성들이 삶의 질곡을 넘어 이루고자 했던 세계의 또 다른 자아이다. 서사민요 속에서 여성들은 부당하게 가해지는 억압적 삶에서 끊임없이 벗어나고자 했지만, 그 출구 끝에는 언제나 죽음과 같은 고통이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노래 속 여성들은 그 고통 끝에서 나비가 되어 또 다른 세계로 떠나는 꿈을 꾸었다. 서사민요 속 여성들이 그리던 삶과 꿈이 ‘나비’였다면, 발라드에서는 ‘장미’로 나타난다. ‘나비’와 ‘장미’ 모두 현실 속 여성들의 모습과는 달리, 화려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사랑받는 존재이다. 하지만 ‘나비’와 ‘장미’가 되기까지 두 존재는 모두 ‘번데기’와 ‘가시’라는 고통을 자신의 몸으로 겪어낸다. 그리고 마침내 그 어둠과 아픔을 견뎌내고 ‘나비’는 두 날개를 활짝 펴 자유롭게 비상하며, ‘장미’는 그 무엇보다 아름다운 꽃을 피워낸다. 그러므로 묘지에서 날아오른 한 쌍의 나비, 묘지 위에 피어난 장미와 들장미의 매듭이 모두 ‘묘지’ 라는 죽음의 공간을 뚫고 나와 하늘로, 교회의 탑으로 높이높이 오른다는 묘사는 한국과 영·미 여성들이 겪어야 했던, 죽음처럼 고통스런 삶과 그 삶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꿈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