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환경, 폭력, 식민지와 노예제도 등의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작품 활동을 해온 소설가 우한용의 장편소설 『소리 숲』에는 생명력 충만한 숲의 소리가 은은하게 울려 퍼진다. 그 소리를 들으면서 인간은 세상을 감각하고 성장한다. 이 책의 배경인 전북 고창을 저자는 생생하게 체험하면서, 그 느낌을 먼저 시로 읊은 뒤 이야기로 풀어내었다. 작품에 등장하는 스물세 살 청년 윤종성은 1년간 대학을 다니다가 학비 부담으로 휴학을 결정한다. 몇 년 전 외삼촌이 양녀인 소말리아 소녀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것을 목격하고 그를 살해하려고 했으나 실패한 적이 있는 윤종성은, 그로 인한 죄책감에 시달리다가 김제 금산사에서 타종의 순간 당좌에 손을 밀어 넣어 왼손 손가락 네 개가 모두 잘린 상태다. 휴학 이후 경제적인 문제로 고민하던 그는, 김대성이라는 참회의 삶을 살아가는 노인의 자서전 대필을 맡아달라는 제안을 받게 된다. 처음 만난 윤종성에게 거액의 통장을 맡길 뿐만 아니라 손가락 치료를 도와주기까지 하는 이 노인에게 숨겨진 비밀은 무엇일까? 그의 수수께끼 같은 삶이 고창의 역사, 자연, 문화와 얽혀 펼쳐진다. 살인 미수로 인한 죄책감에 시달리며 속죄하는 방법을 찾던 윤종성이 자서전이라는 방법으로 자기 죄를 고백하려는 김대성을 만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 인간 성장과 깨달음의 과정이 담긴 이 소설을 읽다 보면 충만한 생명이 살아 숨 쉬는 숲의 소리가 들릴 뿐만 아니라 범종의 맥놀이와도 같은 긴 여운이 마음속에 깊이 울려 퍼질 것이다.
저자소개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해, 충남 아산에서 출생했다. 천안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학과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친 후,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서울 중등학교와 전북대학교 사범대학에서 근무했으며,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학과에서 가르쳤다. 국어국문학회 대표이사, 현대소설학회 회장, 한국작가교수회 회장, 한국학술단체총연합회 회장 등을 역임했고, 현재 서울대학교 명예교수로 있다.
우한용은 [월간문학]에 소설 『고사목 지대』로 등단한 뒤, 『불바람』, 『귀무덤』, 『생명의 노래 1, 2』, 『시칠리아의 도마뱀』, 『양들은 걸어서 하늘로 간다』, 『멜랑꼴리아』, 『초연기-파초의 사랑』, 『호텔 몽골리아』, 『도도니의 참나무』, 『사랑의 고고학』, 『붉은 열매』, 『아무도, 그가 살아 돌아오리라고 기대하지 않았다』, 『수상한 나무』 등의 소설과 『청명시집』, 『낙타의 길』, 『귀무덤』 등의 시집, 픽션 에세이 『떠돌며 사랑하며』를 펴냈다.
또한 문학과 문학교육을 연구하는 학자로서 『한국근대작가연구』(공저), 『문학교육론』(공저), 『한국현대장편소설연구』, 『한국현대소설구조연구』, 『채만식소설 담론의 시학』, 『문학교육과 문화론』, 『서사교육론』(공저), 『창작교육론』, 『한국 근대문학교육사 연구』, 『소설장르의 역동학』을 비롯하여 소설론, 문학교육론, 창작교육론 등에 대한 전문 저서 20여 권을 출간했다.
그는 인류의 씻을 수 없는 죄악으로 꼽히는 자연 훼손과 환경 파괴, 폭력과 테러, 노예제도와 노예무역 등에 지속적 관심을 가지고, 이러한 문제를 소설로 형상화하는 작업을 해왔다. 지금은 세계에 흩어져 사는 인간의 보편적 연대성, 인간 형성의 과정, 복합예술로서 ‘범종’과 인간 정신의 초월적 지향성 등을 소설로 구상하면서, 소설의 장르 확장에 매진하고 있다.
시집을 내서 스스로 시인이라 선언했다. 그게 『청명시집』이다. 문학을 공부하면서 소설 창작에 바빠 나이도 잊고 지내는 충청도 사내다. 『낙타의 길』, 『검은 소』 그리고 『내 마음의 식민지』는 4번째 시집이다. 문학의 장르 확산과 통합을 시도하면서 글을 쓰느라고 늘 밤이 짧다. 장편소설 『악어』와 소설집 『수상한 나무』 이후 여행이 자유롭지 못하자 문학의 장르 해체를 소설 형식으로 시도하고 있다. 시를 읽는 행위를 서사로 간주하고 쓴 ‘독시소설’, 다른 소설가의 소설집에 들어가는 평설을 소설로 두루치기한 ‘공감소설’ 등 서사 욕망으로 들들 앓는 우공은, 소설은 몸을 바꿔 형태가 달라질지언정 이야기하는 존재인 인간의 서사는 소멸하지 않는다고 고집스럽게 글쓰기에 매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