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굴레
『언어의 굴레』의 원서 제목은 『말의 주박(ことばの呪縛)』이다. ‘주박’이라는 말은 주술을 걸어 움직이지 못하도록 하는 것, 또는 심리적인 강제에 의해 사람의 자유를 속박한다는 의미이다. 주박이라는 말은 일본에서도 자주 쓰는 말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석범이 ‘주박’이라는 말을 사용한 것은 그만큼 언어, 말, 일본말에 자유로울 수 없고 그 속박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는 의미에서 사용한 것이다. 작가 김석범 하면 일본에서도 한국에서도 먼저 ‘4·3’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은데 작품의 대부분은 일본에서 일본인이 재일조선인을 바라보는 시선, 조선에서 조선인이 재일조선인을 바라보는 시선, 즉 양국에서 재일조선인을 바라보는 시선으로 인해 그들은 양국으로부터 단절되고 자신이 누군지 끊임없이 되물어야 하는 어설픈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는 모습이 작품 속에 짙게 나타나고 있다. 작가 김석범이 일본에서 조선인으로서 일본어로 작품활동하며 오랜 기간 동안 언어에 대해 고민했던 글을 모은 본서를 통해 독자가 ‘재일조선인’의 삶을 이해하고, 김석범의 작품 세계를 좀 더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